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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광노
조회3,188 |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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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느끼는 미각의 형성은 선천적으로 형성될까? 후천적으로 형성될까?
이 논란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나에게는 맞는 집이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고
나에게는 맞지 않는 집이, 누군가에게는 칼 같이 맞고.
이러한 논란 속에서 왜 그런지를 분석해본 결과
맛을 느끼는 '기억'이 후천적으로 집에서 형성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었다.
집에서 많이 먹는 스타일, 집에서 먹는 조리 방식등이 수 년 혹은 수 십년간 농축되면서
그것이 진리라고 믿는 방식이 그것이다.
김치찌개 리뷰를 쓰면서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나는 중학교 시절, 도시락을 싸가는 격동의 시기에 학교를 다녔었다.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메뉴를 꺼내놓고 서로 나눠먹곤 하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인 학생.
그 당시 나는 전성기 고정운의 별명처럼 '적토마'처럼 교실을 누볐었다.
이 친구, 저 친구의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많은 반찬들을 먹었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던 건 내가 싸갔던 김치찌개.
중요한건 3년간 김치찌개를 위주로 싸갔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치찌개가 제일 좋았다.
나와 김치찌개의 인연은 여기부터 시작되었나보다.
김치찌개란 놈은 오묘해서 별 거 아니면서 별 게 있는 그런 메뉴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맛을 내기 힘든
어떤 재료를 사용해도 되지만 아무 재료나 사용해서는 안되는
그런 김치찌개 시장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발휘하고 있는 공덕역 맛집 굴다리식당을 다녀왔다.
그러면 지금부터 굴다리식당 촬영기를 시작하겠다.
굴다리식당
마포구 새창로 8-1
매장번호 : 02-712-0066
영업시간 : 08:00 ~ 22:00
메뉴는 단촐
우리는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주문
무조건 이렇게 주문해야 하는 이유는 김치찌개의 경우 '리필'이 가능하다.
;;
너무 추워서 그런지 우리 밖에 없었다.
조금 당황했던 상황.
수요미식회와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곳이 아니던가.
그래서 사진기를 누르며 뻘줌해 있던 찰나, 할머니가 사진 찍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그래서 나는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겨우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아마 인터넷에서 당하신 상처 때문에 그러실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 곳에 오기 전 많은 후기를 접했고 그 중 몇몇은 '불친절'하다라는 강한 투의 후기도 더러 있었다.
그런 후기에 데여서 그러신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몰랐는데, 밑반찬도 있더라.
그런데... 사실 밑반찬은 그다지 없어도 제육과 김치찌개만으로 충분한 반찬이 된다.
밑반찬 구성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매콤한 메뉴가 2종류가 나온다면
밑반찬으로는 조금 슴슴한 메뉴, 혹은 상큼한 메뉴가 나와야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
동치미류나, 나물류를 내는 게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
김치찌개 (7.000원)
보기에도 푸짐해 보이는 김치찌개가 나왔다.
틈직한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고, 완전히 푹 끓여 나온 노곤노곤한 김치도 보인다.
국물맛은 인공적인 조미료 맛은 많이 나지 않았다.
진짜 김치를 오래 잡아서 끓여낸 그 맛.
집에서 며칠 씩 김치찌개를 두고 두고 먹어서 끓여내고 끓여냈을 때 푹 고아낸 그 맛이 여기서도 났다.
굴다리식당의 경우 1인분씩 김치찌개를 하는 것이 아닌
20인분씩 김치찌개를 한 번에 해서 국자에 떠 주는 것이기 떄문에
끓일수록 더 맛이 나는 김치찌개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육볶음 (10.000원)
가장 먼저 떠올릴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 그리 착하진 않다.
제육볶음이라는 메뉴 자체가 가지는 가격이 우리 뇌리속에는 만원보다 아래.
음식을 시키면 밥이 나오는 구조가 아닌, 음식+밥 값 1.000원인 굴다리식당이기 때문.
외형적인 측면은 큼직하니 무심하게 툭툭 썰어냈다.
한 입을 앙큼하게 벌려 먹기에는 그 크기가 제법 있다.
조금은 격식이 없더라도 입을 큼지막하게 벌려 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놈
인터넷 다른 글처럼 맛은 달큰한 맛이다.
달달한 편이기에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몇 개 먹었을 때의 중독성은 어마어마
계속해서 손이 가는 메뉴다.
다만, 술도 함께 파는 곳인데.. 술 안주로 하기에 크기가 좀 크다.
술 보다는 밥 반찬으로 할만한 크기라는 생각이 든다.
밥 한 그릇을 더 주문하니 리필해주신 김치찌개
건더기도 더 넣어주시고 국물도 넉넉하니 주셨다.
정말 최고다.
저절로 술이 들어가지만...
나처럼 술을 마시면 얼굴이 홍익인간으로 변하는 분들에게 이 곳은 적당한 필드가 아니다.
조명이 너무 밝기에 그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터.
확실히 술집보단 밥집에 가까운 곳이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이에게
이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무조건 방문하고 시식할지어다.